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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주/Chicago (시카고)

Chigago (Green Mills) - 10일차 2015년 10월 7일


그냥 농담처럼 어려서 부터 꿈이 있었다. 아니 꿈이라고 하면 좀 과하다. 가끔 몽상에 빠지면 그려보는 내 모습들 중 하나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몽상 해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어느때 부턴가 주로 내 몽상 속의 나는 돈과 관련되어 있었던 것 같으니까. 


지하실 어느 어둑어둑한 재즈바. 담배연기가 흠뻑 적셔져 있는 공기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조명들. 그 조명들이 모이는 작은 무대. 그리고 그 무대위의 피아노, 피아노 위의 칵테일. 그 앞에는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 연주를 하고 있는 나.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괜한 음악에 대한 호기심. 누구나가 멋지게 악기 하나쯤은 연주하는 것을 꿈꾸고 있기도 하겠지만, 내 몽상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한번도 연주는 커녕 재즈바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었다. 정말 몽상 그자체였던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한번도 가 볼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고, 솔직하게 말하면 그정도도 적극적이지 못했기에 단순 몽상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카고 방문에서 과연 무슨 용기가 났던 것일까? 시카고에서 유명하니까, 나는 관광중이니까 라는 구실을 덧붙여 재즈바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치를 해보면 나오는 수많은 재즈바들, 그리고 시간별로 다른 공연 팀들. 거의 모든 재즈바들이 밤새도록 영업을 하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느 곳으로 가봐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시카고에서 제일 오래 되었다는 Green Mills 라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누가 공연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구라고 해도 알지도 못하는게 사실이니까.


9시부터 공연시작. 버스 시간때문에 최소한 12시까지는 유니온역으로 돌아와야 하고. Green Mills 는 도심에서 전철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 있고. 그런 이유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리고 갔다. 


입구에서 Cover Charge를 하고 바에 앉아 맥주 한잔을 시켰다. 어색하다. 미국와서는 거의 술집 자체에 가보지도 않았고,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가본 적이 없다. 9시 조금 전,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내 옆에는 젊은 아가씨와 중후한 아저씨 한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잠시 후 그 아저씨가 일어나시더니 무대로 가신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있던 밴드 맴버들이 자리를 채워 앉는다. 그리고선 공연 시작.


약 한시간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나왔다. 나올 때 즘에는 바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음악이 어떻다, 공연이 어땠다. 나는 실제로 어떻는지도 모르고, 말할 만한, 그니까 말로 표현할 만한 재주도 없다. 좋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았고, 내가 그토록 바라던 공간에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다. 내가 40여년을 살아 오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러 계획 했던 것도 아닌데. 그때 그때 생각이 나며 발걸음을 그렇게 옮겨내고 있다. 남은 일정이 기대가 된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유니언역 앞 Megabus 가 서는 곳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버스는 출발 약 30분 전에 왔다. 인터넷에서 표를 사고 받은 예약번호를 버스타며 기사에게 불러주면 확인을 하고 태워준다. 버스 자체는 좋아 보이는 듯 했지만, Boltbus 나 Greyhound 에 비해서 좌석이 너무 불편했다. 처음으로 타는 메가버스. 밤새 달려 내쉬빌까지 가는데 정말 곤욕그러웠다. 물론 나중에는 몸이 이것마져도 적응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지만. 아무튼 후에 깨달은 것은 버스가 어떠하든, 가장 편한 것은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는 것이다.